자연스러운 기능주의, 한스 베그너 Hans Wegner 의 작품들
오늘은 미드 센트리 북유럽 디자인의 열풍을 몰고 온 디자이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한스 베그너 Hans Wegner 와 그의 작품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한스 베그너(1914–2007)는 핀 율, 아르네 야콥센 등과 함께 20세기 덴마크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중 하나입니다.
그의 디자인 스타일은 종종 자연스러운 기능주의 "Organic Functionality" 로 표현되는데,
실용적이면서도 본질에 충실한 디자인을 자연을 닮은 아름다운 선으로 담아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생애 동안 500개가 넘는 다양한 의자를 디자인했으며, 그 중 100개 이상이 대량 생산이 될 만큼 지금까지도 디자인 아이콘으로서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한스 베그너는 14살 때부터 목수의 견습생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그 후에는 코펜하겐에서 데니쉬 스쿨 오브 아트 앤 그래프트 Danish Schoolr of Arts and Crafts와 코펜하겐에 위치한 건축 아카데미 the Architectural Academy에서 목수일과 건축에 대해 수학했습니다.
에릭 뮐러와 아르네 야콥슨과 함께 덴마크 아르하우스 시청의 가구를 디자인하거나 캐비넷메이커였던 요하네스 한센과 디자인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함께 일하기도 했고요.
그의 디자인은 우아하게 휘어진 원목 의자들이 많아, 소재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목공 기술이 없이는 만들기 어렵다고 해요.
CH 23 체어의 조이너리 디테일
또한 목재가 아닌 다른 천연 소재들에도 관심이 많았던 덕분에 미니멀한 형태에 자연이 주는 부드러운 느낌을 더하는 디자인이 탄생하게 된 것 같아요.
한스 베그너가 처음으로 가구에 사용하기 시작한 종이 끈 소재
한스 베그너는 의자의 전체 제작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완벽한 디자인과 제품을 위해 타협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해요.
한스 베그너가 집에서 의자가 얼마나 편한지 테스트하는 동안 덴마크의 왕 프레데릭 9세 Frederick IX 또한 의자에 앉기까지 2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의 작업 과정은 보통 스케치에서 시작하여 1:5 스케일의 모델과 실제 크기의 모델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해요.
모델을 만들기 전에는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실제 크기의 그림을 그려 어떤 느낌의 작품이 나올지 미리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디자인된 그의 의자는 비록 딱딱한 나무로 만들어졌지만 완벽한 편안함을 자랑합니다.
허리가 아픈 케네디 대통령이 애용한 의자로 유명해져 케네디 의자 Kennedy Chair 라고 불리기도 하고, 완벽한 형태의 의자라는 의미에서 더 체어 "the Chair" 라고 불리우는 이 의자 또한 한스 베그너의 작품이에요.
얼마 전 김완선 씨의 집에 등장해 화제가 된 위시본 의자 Wishbone Chair 또한 유려한 곡선이 참 아름다운 의자인데요,
닭이나 오리 등 조류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목과 가슴 사이에 있는 V자형 뼈를 위시본 Wishbone 이라고 하는데, 의자의 등판 부분이 이 뼈의 형태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별명이에요.
이 브이 V 자의 양쪽 끝을 두 사람이 잡고 서로 잡아당겨 긴 쪽을 갖게 된 사람이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하여 위시 Wish (소원) + 본 Bone (뼈) 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특히 이 위시본 체어 (실제 제품명은 CH-24) 는 원목에 스팀을 쬐어서 둥글게 형태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소재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정밀한 나무의 짜임을 필요로 하는 제품이에요.
앉는 부분의 페이퍼 코드, 즉 종이끈 또한 장인에 손에 의해 한줄 한줄 엮어내어, 따뜻한 느낌과 함께 오랜 시간동안 사용자에게 편안함을 주는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합니다.
스튜디오 자리 Studio JARI 의 레지덴셜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이 라운지 체어 또한 한스 베그너의 작품이에요.
의자의 재료로 원목, 즉 통나무를 주로 선호하던 한스 베그너가 플라이우드를 테스트하면서 디자인된 의자인데요, 부드럽게 휘어지는 곡선이 웃음짓는 입매를 닮아 미소 지은 의자 "Smiling chiar" 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다리가 세 개 뿐이지만 한스 베그너의 목공 지식과 건축적 전문성으로 완벽한 안정감을 주는 디자인이에요.
의자는 "모든 각도에서 바라볼 때에 아름다워야 한다" 는 그의 평소 철학에 가장 완벽히 들어맞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제품입니다.
그는 주로 의자에 앉아 있는 덴마크 상인들의 초상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그의 커리어 전환점이 되었던 공작 의자 Peacock chair 의 부채를 닮은 등받이는 영국의 윈저 의자 Windsor chair 의 둥근 등받이 형태를 떠올리게 하고,
차이니즈 체어 Chinese chair 는 중국 명나라 시기의 의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북유럽 사람들에게 의자는 단순한 가구라기보다는 시간을 보내는 소중한 장소로 생각됩니다.
이것이 유행을 따르지 않고 세대를 거쳐 물려줄 수 있는, 아름다우면서 튼튼하고 편안한 의자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아요.
쓰다가 고장나면 버릴 일회용 같은 의자가 아닌, 세월을 더할수록 아름다워지는 의자를 하나 하나 모아가는 것 또한 특별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요.